삼성 일가의 12조원 상속세 부담과 해결 전략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국가 연간 상속세 수입의 4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일시에 납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삼성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고 대규모 주식 매각을 단행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삼성 일가가 활용한 상속세 납부 방식과 그 영향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의 이해
연부연납 제도란?
연부연납 제도는 상속세나 증여세의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일시에 납부하기 어려운 상속인이 세금을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상속 재산이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비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특히 유용합니다. 상속인은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 정해진 기간 동안 세금을 나눠 낼 수 있습니다.
연부연납 신청 요건 및 절차
연부연납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합니다.
- 연부연납을 신청한 세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 법정신고기한(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납세담보로는 현금, 국채, 지방채, 특수채증권, 상장법인이 발행한 보증사채 및 전환사채, 상장된 유가증권, 부동산 등이 인정됩니다. 비상장주식은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연부연납 기간 및 이자율
2022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에 대해서는 일반 재산의 경우 최대 10년까지 분할 납부가 가능합니다. 가업상속재산의 경우에는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분부터 가업상속재산 비율과 상관없이 20년 또는 10년 거치 후 10년 납부가 가능합니다.
연부연납 시에는 분할 납부에 따른 이자인 '연부연납 가산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 이자율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고려해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해지며, 2024년 3월 22일부터는 연 3.5%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 전략
연부연납 제도 활용
삼성 일가는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2021년 4월 30일 상속세 신고 시 전체 세금의 6분의 1인 약 2조원을 우선 납부하고, 나머지 6분의 5에 대해서는 5년간 분할해서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상속세 부담을 시간적으로 분산시켜 일시적인 자금 압박을 완화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대규모 주식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매년 약 2조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삼성 일가는 보유 주식을 매각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삼성 일가 중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세 모녀는 총 3조 3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홍라희 전 관장: 삼성전자 지분 약 1조 4천억원 매각- 이부진 사장: 삼성전자(6,159억원), 삼성SDS(2,465억원), 삼성물산(1,448억원), 삼성생명(1,428억원) 등 총 1조 1,500억원 매각- 이서현 사장: 삼성전자(5,893억원), 삼성SDS(1,713억원) 등 총 7,606억원 매각
특히 주목할 점은 2024년 초에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주식 120만 5천718주(약 1,286억원 상당)를 처분한 것입니다. 이는 이건희 회장 상속 이후 오너 일가가 처음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한 사례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 주식까지 매각해야 할 정도로 상속세 부담이 컸음을 시사합니다.
주식담보대출 활용
삼성 일가는 주식 매각 외에도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2021년 11월 약 1,0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주식담보대출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있어, 결국 주식 매각을 통한 대출금 상환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상속세 납부가 삼성그룹에 미친 영향
지배구조에 미친 영향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순으로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이 중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력의 정점으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3.63%에서 32.99%로 낮아졌습니다. 현재로서는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향후 추가적인 주식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결권 제한과 지분 매각의 관계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금융사나 보험사가 가진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됩니다. 다만 특수관계인과 합계 총 발행주식의 15%가 넘지 않는 선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10%이고,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10.07%를 더하면 20.07%입니다. 이 중 15%를 초과하는 5.07%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4.95%)을 모두 매각해도 당장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상속세 제도에 대한 논의와 시사점
한국 상속세 제도의 특징과 문제점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주식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하면 세율이 60%까지 올라갈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러한 높은 세율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가업승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계에서는 현행 '유산세(부모 유산에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자식이 취득한 유산에 과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조세의 기본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합리적으로 부과하자는 취지입니다.
미술품 기증을 통한 상속세 절감 전략
삼성 일가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이는 미술품의 가치 평가에 따른 다툼의 여지를 없애고, 상속재산에서 차감함으로써 상속세를 줄이는 전략이었습니다. 또한 1조원을 의료사업에 기부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추가로 경감했습니다.
결론: 상속세 납부와 기업 경영의 균형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 사례는 대규모 상속에 따른 세금 부담이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줍니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면서도, 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상속세 제도가 단순히 세금 징수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기업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상속세 문제는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과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는 삼성 일가와 같은 대기업 총수 일가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나 부동산 등 비현금성 자산을 상속받는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제도입니다. 상속세 부담이 예상된다면 미리 연부연납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 일가가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상속세를 어떻게 감당하고 있나요? 구체적인 납부 방식이 궁금합니다.
A. 삼성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여 세금을 분할 납부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규모 주식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기도 했으나, 이자 부담으로 인해 결국 주식 매각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Q.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려면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자율은 어떻게 되나요?
A. 연부연납을 신청하려면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해야 하고, 연부연납을 신청한 세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하며, 법정신고기한 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2024년 3월 22일부터 적용되는 연부연납 가산금(이자율)은 연 3.5%입니다.
Q.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한 것이 그룹 지배구조에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요?
A.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은 오너 일가가 처음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한 사례로, 상속세 부담이 컸음을 시사합니다. 현재로서는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향후 추가적인 주식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력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Q. 한국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나요?
A.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매우 높으며, 주식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적용하면 6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세율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가업승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Q. 삼성 일가가 미술품 기증을 통해 상속세를 절감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삼성 일가는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미술품 2만 3천 점을 국가에 기증하여 미술품의 가치 평가에 따른 다툼의 여지를 없애고, 상속재산에서 차감함으로써 상속세를 줄였습니다. 또한 1조원을 의료사업에 기부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추가로 경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