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8일 밤, 충북 영동군에서 57세 정 모 씨가 몰던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직후 정 씨는 병원도, 경찰서도 아닌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소주 2병과 음료수, 과자를 샀고 그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1심 재판부, 음주운전 무죄 선고… 그 이유는?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정 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사고가 난 후 약 3시간이 지나 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으며, 그 수치는 면허 취소 수준인 0.277%였습니다. 그러나 정 씨가 사고 후 소주 2병을 마신 탓에, 사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사고 전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했으며, 정 씨의 체중과 음주량 등을 고려해 추산한 결과 0.028%로 나왔습니다. 이는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0.03%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습니다. 따라서 1심에서는 정 씨가 음주운전 혐의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항소심에서 뒤집힌 판결… 종이컵에 남은 술이 증거로 인정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정 씨가 소주를 모두 마시지 않았다는 점이 새로운 증거로 떠올랐습니다. 검찰은 정 씨가 소주 2병을 모두 마신 것이 아니라 일부를 종이컵에 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고 전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는 사고 후 경찰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종이컵에 남아 있던 투명한 액체가 소주였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종이컵에 남은 소주의 양을 계산해 정 씨의 사고 전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추산한 결과, 0.031%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넘겼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항소심 판결 결과와 그 의미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정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정 씨가 이전에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음주운전을 했고, 사고 후 추가 음주로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판결은 음주 사고 후 추가 음주를 통해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